권리금 없는 상가 계약, 알고 보면 손해일 수 있다 — 권리금 유형별 실익과 계약 전 체크포인트
권리금 없는 상가가 진짜 이득일까 — 권리금 유형별 실익, 계약 전에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권리금 없음"이라는 문구를 보면 일단 솔깃해진다. 초기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권리금이 없다는 것은 그 자리에 아무런 영업 기반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고,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여지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반대로 권리금이 있는 자리는 그 금액만큼의 상권 가치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권리금을 내느냐 안 내느냐보다, 그 자리의 권리금 구조가 내 사업에 어떤 의미인지를 따지는 것이 먼저다.
권리금의 세 가지 유형, 각각 뭘 사는 건가
권리금은 법적으로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바닥권리금 세 가지로 구분된다. 시설권리금은 전 임차인이 설치한 인테리어와 설비에 대한 대가다. 영업권리금은 전 임차인이 쌓아온 단골 고객, 매출 기반,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대가다. 바닥권리금은 상권 자체의 희소성에 대한 대가로, 같은 건물 같은 자리라는 위치값을 사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권리금을 덩어리로 보면 협상도 안 되고 나중에 회수도 안 된다. 어떤 유형의 권리금인지에 따라 실제로 얼마나 가치 있는 돈인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권리금 유형별로 실익이 이렇게 다르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갔을 때 실제 회수 계산법
권리금 5,000만 원을 주고 음식점을 인수했다고 가정해보자. 전 임차인의 월 매출이 3,000만 원이었고, 권리금에는 영업권리금과 시설권리금이 섞여 있다. 이 5,000만 원이 합리적인 투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다. 권리금 덕분에 월 매출이 얼마나 더 나올 것인가.
내가 처음부터 새로 시작했을 때 매출이 월 1,500만 원이라고 예상된다면, 기존 단골 고객과 시설 덕분에 월 3,000만 원이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 월 차이는 1,500만 원이다. 순이익률을 20%로 잡으면 월 300만 원이 권리금 덕에 추가로 생기는 이익이다. 5,000만 원 ÷ 300만 원 = 약 17개월. 1년 5개월이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기간이 2년 이내라면 권리금을 주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3년을 넘어간다면 협상 여지가 있다.
권리금 없는 자리, 진짜 이유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권리금이 없는 자리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크게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상권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매출 기반이 전혀 없는 경우다. 이건 도전이지 이득이 아니다. 둘째, 전 임차인이 폐업 후 급하게 나가면서 권리금을 포기한 경우다. 이 경우는 시설 상태나 임대 조건을 더 꼼꼼히 봐야 한다. 셋째, 건물주가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임대료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있어 권리금을 회수할 환경 자체가 안 만들어지는 경우다. 세 번째가 가장 위험하다. 권리금 없이 들어갔다가 2년 뒤 건물주가 임대료를 두 배로 올리거나 계약 갱신을 거부하면, 내가 쌓은 영업 기반을 권리금으로 회수할 기회 자체가 없어진다. 권리금 없는 자리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건물주의 갱신 의사와 임대료 인상 계획을 사전에 서면으로 확인해야 한다.
권리금 계약서, 임대차 계약서와 별도로 써야 한다
권리금을 주고받을 때 많은 소상공인이 구두로만 처리하거나 임대차 계약서 특약에 한 줄만 넣는다. 이것은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아무런 보호가 안 된다. 권리금 계약서는 반드시 별도 서면으로 작성하고, 지급 금액·지급 일정·반환 조건·건물주의 방해 금지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건물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이 권리를 행사하려면 계약서가 존재해야 한다. 법이 보호해주는 것도 서면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권리금은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얼마를 내느냐, 왜 내느냐,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 세 가지를 계약 전에 따지는 것이 소상공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다.